photo / 2004.10.7.
성당 담장 옆을 걸어가시며 묵주기도를 묵묵히 하시는 할머니의
뒷모습이 아름답습니다.
지팡이와 묵주를 한 손에 들고 가시는 성모님 닮은 삶의 모습이 좋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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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차곡차곡
그릇을 포개 놓다가
보았어요
물 때 오른 그릇 뒷면
그릇 뒤를 잘 닦는 일이
다른 그릇 앞을
닦는 것이네요.'
어쩌면 사람의 관계란 서로의 앞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일보다는
나의 뒤와 너의 앞이 서로 포개져 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.
내가 머물던 자리에 누군가가 다시 찾아오고, 네가 서 있던 자리에 다시 내가
서게 되는 것. 그래서 앞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보다는 뒷모습이 아름다운
사람이 더 좋습니다.
우리의 어머니는 언제나 우리에게 뒷모습만 보여 주셨습니다.
밥짓고 설거지하고, 빨래하고 걸레질하고, 물긷고 밭매고....
어머니의 모습은 언제나 뒷모습이셨습니다. 어머니의 뒷모습이 머문
그 자리에서 오늘도 내가 살고 우리 가족이 삽니다.
내 어머니가 아름다운 것은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 때문입니다.
글쓴이 채희동은
2004년 12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까지
충남 아산 석정마을 작은 교회에서 목회를 하며
주민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.
늘 고백했듯 그에게 예수는 단순한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
모든 일상생활 속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며
이끌어 주는 '삶의 예수'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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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일날 아침 늦장을 부리다 시간을 놓쳐 다른 본당에서
미사를 드리게 되었다.
오늘만은 게으름 피우게 해 주신 예수님께
감사를 드렸다.
책 소개를 하시며 S 신부님께서 읽어주신 대목에 눈물이 핑
돌며 가슴이 따뜻해 지는 책 한 권을 사들고 와서 다시 그
귀절을 읽으며 뿌듯한 마음으로 작은 행복을 꿈꾼다.
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고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하며 앞모습을 가
꾸기 보다 뒷모습이 아름다워야겠다고.
설거지를 해놓고 보니 그릇의 뒤가 다른 그릇의 앞이었다는 사실을
깨달은 시인처럼--
주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신 것은 하늘의 영광을 비추는
앞모습이 아니라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뒷모습이라는 것을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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